영화 리빙 : 어떤 인생, 어떤 인생을 사는 게 좋은 인생인지, 주인공 윌리엄스의 이야기를 통해 살펴보면서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윌리엄스 이야기
1953년. 로드니 윌리엄스는 런던 카운티 의회 공무원입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혼자 아이를 길러온 싱글대디이기도 합니다. 큰 아픔을 겪은 뒤로는 그의 삶은 사막처럼 메마르고 무미건조했습니다. 큰 슬픔을 겪은 사람들은 대부분 다른 사람들이나 주변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 합니다. 윌리엄스도 삶의 범위를 제한하면서 감정을 배제한 채 매일매일을 똑같은 패턴으로 살아갑니다. 그는 정해진 일상에서 벗어난 적이 없습니다. 적어도 암말기라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그날도 윌리엄스는 언제나처럼 커다란 책상에 앉아 산더미처럼 쌓인 서류더미 속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었습니다. 한 여성단체가 어린이 놀이터를 재개발해달라고 의회에 청원을 했습니다. 여느 공무원 집단처럼, 그 청원은 이 부서, 저 부서를 전전하다 마침내 윌리엄스에게 배달이 되었고 그는 더 이상 이 신청서를 답하지 않겠다며 한쪽으로 치워버립니다.
몸에 이상을 느낀 윌리엄스는 자신이 말기 암에 걸린 사실을 알고 지금까지 살아온 그의 삶이, 규칙적이던 일상이 무너짐을 느꼈습니다. 아들 내외에겐 이 사실을 알리지 않고, 많은 돈을 인출하고, 수면제도 잔뜩 사서, 경치 좋은 휴양지로 떠납니다. 한 식당에서 작가 서덜랜드를 만나게 되고 그 둘은 술집에 가서 술도 잔뜩 마시고, 노래도 부르고, 돈도 흥청망청 쓰며 즐깁니다. 이렇게 해서라도 윌리엄스는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었을까요? 아니면 지금까지 해보지 못한 일탈을 즐기는 걸까요?
아무튼 아무 사고 없이 다시 런던에 돌아온 윌리엄스는 처음으로 무단 결근을 감행합니다. 25년 만에 처음으로 말입니다. 그리고 말단 부하직원인 마가렛 해리스와 많은 시간을 보내며 그녀의 젊음을 시기, 질투합니다. 윌리엄스는 그가 할 수 있는 온갖가지 일탈을 해보지만 공허한 마음은 전혀 채워지지 않았습니다. 이런 윌리엄스의 행동에 변화를 준 사람은 바로 마가렛의 삶의 태도였습니다. 매일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그녀를 보면서 , 매일매일을 살아가는 것이 바로 멋진 영국신사의 삶을 마무리 짓는 방법이라고 깨닫게 됩니다. (하지만 그는 이미 오랫동안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윌리엄스는 문득 스미스 부인과 그 단체가 청원했던 놀이터 재개발이 떠올랐고 그 일이야 말로 인생에서 보람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2차 세계전쟁 당시 폭탄이 터졌던 그곳에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 재건에 힘씁니다. 완공될 때쯤 그네를 타던 윌리엄스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놀이터는 완성되었고 윌리엄스는 그 공사를 마무리 짓고 사망하게 됩니다.
주제
주인공 역을 맡은 빌 나이는 한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합니다. 이 영화는 어른들을 영화라고 말했습니다. 4,50대 이상의 성인이라면 한 번쯤은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았을 것입니다. 죽음이 다가올 때, 나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살아갈 날이 많지 않다는 생각이 들게 되면, 남은 시간을 어떻게 잘 보낼지도 고민할 것입니다. 윌리엄스는 시한부라는 사실을 알고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일탈을 벌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답이 아니었습니다. 그럼 하루하루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열심히 살아야 하나요? 빌 나이는 인간은 그럴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는 우리 모두는 인생을 살면서 낭비하는 시간을 보내게 된다고 말합니다. 일이 하는 역할이 그런 시간을 어느 정도 통제하고 삶에 대해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도록 도와준다고 말합니다. 우리의 직업은 돈을 위해서든 보람을 위해서든 필요하다 말합니다. 이 영화에서 윌리엄스는 생에 마지막 시간들을 다른 사람들을 위한 놀이터를 만드는 일에 몰두했습니다. 이타적인 삶을 사는 것이 그에게는 답이었습니다.
빌 나이의 나지막한 목소리와 지긋한 나이와 주름살로 인해 영화가 더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원작 이키루
1952년, 일본 영화의 거장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은 이키루라는 영화를 제작합니다. 두 영화를 비교해 보면, 1950년대라는 과거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공무원과 같은 관료제 사회에서 하루하루를 기계부품처럼 살아가는 삶은 서로 닮았습니다. 그리고 두 인물들은 모두 남은 인생을 하고 싶은 일을 합니다. 다만 원작에 비해 리빙 : 어떤 인생은 도쿄가 아닌 런던을 배경으로 합니다. 감독의 의도겠지만, 화면의 비율이 4:3으로 동일합니다. 그러나 보니 두 작품은 묘하게 닮은 부분이 많습니다. 영화의 각본을 맡은 가즈오 이시구로는 일본계 영국인으로, 2017년에 남아있는 나날들 이란 작품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였습니다. 빌 나이가 이 영화에 참여하게 된 것도 가즈오 이시구로와 스티븐 울리, 이 부부의 추천이 있었다고 합니다.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인턴 , 70세 휘테커 가치있고 보람된 노년,입사한 할머니들 (0) | 2024.01.23 |
---|---|
영화 말리와 나, 말리, 강아지와 함께 한다는 것은 (0) | 2024.01.23 |
영화 빌리 엘리어트 ,줄거리-탄광촌의 발레리노, 실화 (0) | 2024.01.21 |
영화 효자동 이발사 , 효자 이발관 낙안이 아버지 (0) | 2024.01.20 |
영화 머니볼, 영화 머니 볼 vs. 원작 머니 볼,줄거리, The Show, (0) | 2024.01.20 |